축제를 개최하는 인원은 대부분 특수직과 일반 상주직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모두 미국과 캐나다 이민자였지만 박무현은 주변에서 들리는 대화나 노랫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오래된 통역기는 아랍어나 히브리어를 지원하지 않았다. 낮은 어조로 유수같이 흐르는 문장은 노래소리와 섞여 백색소음처럼 웅웅거렸다. 그는 사람 성대에서 직접 나오는 목...
합본 12권까지 읽음 설정 기억못할수 있음 필요한 설정은 날조 별다른 표기 없는 이상 다른 글과 설정 공유하지 않음 온갖 문화권과 종교권이 섞여있을 경우 명절과 기념일은 어느 달력을 기준으로 쇠어야 할까? 같은 시간에 살고 있는것 같아도 타인의 시간은 나와는 다르게 흐른다. 동시성이란 그저 인간이 시간을 이해하려 만든 수단에 불과했다. 우리는 각자의 우주에...
해량이 뒤를 돌자 무현이 침대맡에 얌전히 앉아있었다. 각잡아 매트리스에 끼워놓았던 시트가 무현의 무게에 눌려 팽팽하게 주름이 졌다. 해량은 그의 체격에 비해 너무 작아보이는 의자를 무현의 맞은편 벽에 붙이고 앉았다. 무릎에 팔꿈치를 기대고 양손을 꼭 붙잡은 채 무현의 발치에 시선을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다. 둘 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신해량은 무현이 사과를 ...
합권 12권까지 읽음 원작설정 기억못할수도.. 필요한 설정은 날조함 함뜨함이라고는 했는데 노골젇 포르노그래픽은 아니라 성인글은 굳이 안 검.. 강압묘사 있으니 주의요망 특별한 표기 없으면 다른 글들과 설정공유하지 않음 박무현 35세. 네 번의 연애 경험과 다섯명과의 성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정도면 어디가서 얼굴 붉히지 않을 정도의 경력이라고 무현은 여겼...
엔지니어들의 업무상태가 하나둘 휴식중으로 바뀌는 걸 보고 무현과 일행은 해저기지로 복귀했다. 다들 어른답게 특별한 기약없이 다음에 또 보자는 두루뭉술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다같이 바다에 처박힌 주상복합연구소에 살아 십분이면 어디서든 볼 수 있다지만 사회인의 삶이란 딱 이정도의 우정이 필요하기도 하다. 무현은 중앙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걸어가면서 하루종일 ...
합본 12권까지 읽음 설정 잘 기억못할수도 있음. 기억안나는거 날조할거임 오후 세시, 두 달에 한번 있는 화재정기점검 날로 해저기지는 하루 종일 여기저기서 경고등이 번쩍거리고 알람이 간헐적으로 울려댔다. 가나다라아야어여 어쩌구 팀 할 것 없이 푸른색 수트를 입은 엔지니어들이 피곤하고 직장인답게 약간 화가 난 얼굴로 두 세명씩 벽이며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
밀러 가문이 대대손손 고귀한 핏줄은 아니지만 보통은 부 위에 명예가 쌓인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밀러 가문은 대접받을 자격은 충분했다. 작은 마을에 큰 땅은 해가 지날수록 그 크기가 불어났고 그 땅에 발붙이고 사는 마을 주민의 절반이 밀러 집안 사람들을 주인이라고 불렀다. 리처드 밀러는 가죽방을 운영하던 부모 밑에서 태어나 손이 여물지도 않은 나이에 일을 배...
그냥 물으면 될 걸. 그런 생각을 한다. 머리도 좋은 사람이 자진해서 아둔한 짓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괜히 속이 끓었다. 한은 뒤통수에 꽂히는 머뭇거리는 시선을 벌써 한참이나 외면하며 창가에 앉아있었다. 최근 들어 가장 해가 좋은 날이다. 그저 하늘에 구름이 좀 덜 끼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쩐지 들뜬 공기에 숨마저 차는 느낌이었다. 평소엔 일층에 내려와 ...
“후, 멍청하긴” 한이 2층 난간에 기대어 서서 비웃었다. 지금 시각은 새벽 네 시 반이 조금 넘어가고 있었고 한은 허접한 절도범이 이 저택 주변을 서성일 때부터 일어나 있었다. 대범하게도 현관문을 따고 들어온 범죄자는 열두 살처럼 보이는 얼굴에 키만 겅중 큰 남자아이로 안전장치도 풀지 않은 총을 들고 덜덜 떨어댔다. 추측하건대 그의 무단침입은 작은 갱단의...
기억은 한 사람에게로 흐른다. 대륙을 지나는 매일 밤 수십의 같은 사람들이 같은 방 같은 테이블에 앉아 정답게 죽음을 나눴어도, 열차가 베를린에 검은 연기와 함께 도착하자 승객들은 그 연기가 사그라지는 것과 동시에 범죄자의 발걸음처럼 다급하고 수상한 기색만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고 실감할 수 있는 건 부드러운 갈색의 눈이...
저택 안으로 급하게 들어온 요한이 문에 등을 기대고 숨을 골랐다. 밖에선 때마침 추적추적 내리던 빗소리가 거세지고 있었다. 그는 문단속을 단단히 하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대학에서 돌아오는 길 청과점에 들러 사온 물건들을 정리하며 요한은 싱크대 안을 살폈다. 그가 출근하기 전, 가정부가 준비해놓았던 한의 식사가 제대로 비어진 채로 반납이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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